사랑하는 아내 안젤라와 저는 고등학교 때 컴퓨터 동아리 선후배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안젤라의 아름다운 외모와 발랄한 성격에 반하여 고등학교 내내 짝사랑으로 속을 끓여왔습니다. 언젠가는 마음을 받아주리라는 희망으로 졸업 후에도 연락을 이어가며 지내왔습니다. 서로 다른 삶에서 경험하고 성장하며 연을 이어왔고 어느새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침내 6년 전 크리스마스에 안젤라는 처음으로 저의 마음을 받아들였고 이후 진지한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안젤라를 만나기 전까지 저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었습니다. 저를 키워주셨던 할머니께서는 항상 예수님을 믿으며 살라는 말씀을 해오셨지만, 저는 성당에 발을 들여본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종교를 갖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반면 안젤라는 어렸을 때 세례는 받았지만 냉담중인 상태였습니다. 저와 진지한 만남을 갖는 시기에 다시 성당에 나가게 되었고, 결혼을 하면 꼭 같이 성당에 다니자는 제안을 했었습니다.
저는 안젤라와 결혼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수락했고,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도 어쩔 수 없겠지? 하는 심정으로 가볍게 생각했었습니다. 그 시기에 안젤라는 견진 교리를 받고 있었는데, 다른 때는 보지 못했던 안젤라의 차분한 모습과 자기성찰을 통해 부족한 모습을 채워가려는 노력이 느껴져 저 또한 이끌리듯 자연스레 성당으로 같이 발걸음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마침내 수서동 성당에서 주님의 은총 안에 혼배성사를 받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안젤라의 견진 성사, 비신자였던 저는 세례를 받을 준비를 하며 성가정을 위한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저희 부부에게 성가정을 이룰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해 주심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신비와 축복을 느꼈습니다.
세상의 모든 보물을 다 주어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안젤라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언제까지나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혼 전부터 지금까지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회사일로 매일 같이 밤을 새우며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일하는 생활 패턴에, 몸은 지쳐가고 마음에 여유는 점점 없어져 갔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매일 저녁 아내와의 대화를 위해 시간을 쪼개는 다정한 남편이라고 착각을 하며 스스로를 합리화 했습니다. 그마저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 혼자 티비를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이 늘어갔고, 자기 전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 것이 어느새 낙이 되어버린 듯한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일상이 여느부부와 다를 것 없다고 여기던 중 M.E.주말이라는 프로그램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2박 3일의 시간을 온전히 서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선물 받았고, 저에게는 그 1분 1초가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M.E.주말을 통해 평소에 퇴근 후 저녁에 같이 대화하는 시간을 좋아했던 사랑스러운 안젤라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동안 안젤라의 이야기에 다른 생각을 하며 집중하지 못하고 흘려 들었던 순간들, 듣기 힘든 이야기에는 공감보다는 행동에 대한 지적으로 안젤라의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외면했던 시간들이 많았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배우자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을 해주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와 대화하는 것을 무엇보다 행복해하는 안젤라의 모습과, 그런 시간을 같이 보내는 내 자신이 얼마나 행복감을 느끼는지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지만, 그만큼 가까이 있어 자주 잊고 놓치게 되는 실수를 범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M.E.를 통해 부부사랑의 실천을 알려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의 가치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깊숙히 느끼고 매 순간 결심해야만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 저희 부부는 주님의 사랑을 중심에 두고 성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매순간 사랑을 결심하는 성사적 부부의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성가정을 이루고자 희망하시는 모든 부부님들과 항상 함께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